실연의 상처, 상실과 고독, 작가로서 패배감에 시달리던 그는 1908년 11월 4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자살 직전 작업실에 불을 질러 그림과 편지, 서류 등은 모두 불태웠다. 당시 화재로 상당수의 그림이 소실됐지만 다행히 불에 타지 않고 남은 회화도 많았다. ‘웃는 자화상’도 그중 하나다. 깊은 절망 속에서 허탈하게 웃고 있는 이 자화상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게르스틀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고통이 너무 크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듯, 절망이 너무 깊으면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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