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복날과 영양탕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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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인데 잡아먹는 것을 막아주세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동안 청와대에 제기된 국민청원 가운데 올라온 1057건의 내용이다. 최근엔 영양탕 집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국민들의 영양탕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는 증거인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영양탕을 먹은 것은 언제부터일까?

동국세시기를 보면 우리 조상들이 주로 영양탕을 먹는 때가 한여름인 복날이었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경민족에게 뜨거운 여름은 기력이 쇠하는 계절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보양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에 복날에 영양탕을 먹었던 것이다. 소나 돼지는 부담스러웠고 닭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다른 계절에는 영양탕을 즐겨 먹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서만 먹었다. 다른 나라는 왜 영양탕을 먹었을까?

“이집트인들도 무더운 때는 개를 먹었다.”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시리우스(Sirius)’가 있다. 주인공인 해리포터 아버지의 친구인 그는 개로 변신할 수 있는 ‘애니마구스’ 마법을 한다.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매우 가깝고 가장 밝은 별로 로마 사람들은 이 별을 개(犬)의 별로 불렀다. 이 별이 지평선에 떠오르면 더위와 나일강의 홍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에는 ‘시리우스’가 떠오르는 날부터 한여름의 40일간은 숨조차 쉬기 힘든 폭염이 몰려온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시리우스’가 떠오르면 별을 달래기 위해 개를 잡고 제사를 지냈다. 제사 지낸 개는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폭염을 이기는 힘을 얻고자 했다. 개를 먹는 문화의 시초가 바로 날씨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도 우리처럼 가장 더운 시기에 폭염을 이기는 방법으로 개를 선택한 것일 뿐 다른 계절에는 개를 먹지 않았다.

“세계에서 개를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은?” 금메달은 단연 멕시코인이다. 황야와 산악지대가 많은 멕시코엔 사냥할 만한 큰 동물이 아예 없다. 기후조건상 가축이라고는 개와 칠면조뿐이었으니 먹을 수 있는 고기도 개와 칠면조뿐이었다. 무더운 더위를 이기기 위한 단백질 보충은 거의 개밖에 없었다. 멕시코의 기후조건이 개를 식용으로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상시 식용을 하는 국민이 된 것이다.

개를 먹는 것으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 폴리네시아인이다. 태평양의 주요 민족인 타히티인, 하와이인, 그리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의 공통된 식문화는 개를 즐겨 먹는다는 거다. 그들에게는 가축이 없었고 기후조건상 사냥할 동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개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개를 먹은 것이다. 타히티와 하와이제도에서는 사제들이 제사를 지낼 때면 개를 많이 잡아, 집으로 가져가 아내와 아이들과 나누어 먹었다.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에 내려오는 전통 가운데 아내가 임신 중에 개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면 그 남편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개고기를 먹게 해주어야 했다. 이들에게 최고의 단백질 보충원은 개고기였던 것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그 나라의 기후와 식문화의 차이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식문화라는 게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필자는 영양탕을 먹지 않는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복날#영양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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