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학교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를 꼽자면 검은 망토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인 조앤 롤링이 이 망토의 영감을 얻은 곳은 포르투갈. 대학을 나와 포르투에서 영어 강사로 일할 때 망토 교복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르투의 남녀 대학생은 검은색 바지와 치마 정장 위에 까만 망토를 걸친다. 관광객들이 학생들에게 망토를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찍을 만큼 인기다. 모든 교복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토론 공부를 할 때면 교복 찬반논쟁이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대개 찬성파의 핵심 논리는 교복이 학생들의 통합과 일체감에 기여하고, 규율 강화와 왕따 방지에 도움이 된다 등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창의성과 개성을 죽이고, 불편하고 비실용적인 데다, 비싸다 등을 이유로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교복 중에도 유독 여학생 교복이 주목의 대상이다. 거의 아동용 사이즈에 가까운, 밥도 편히 먹을 수 없을 만큼 몸에 꽉 끼는 교복 탓이다. 2015년 ‘날씬함으로 한판 붙자’ ‘코르셋 재킷’ 등 문구 아래 가수 박진영과 걸그룹이 출연한 교복 광고가 논란이 된 것도 그래서였다. 단정함을 넘어 몸매를 드러낸 선정적 교복이 문제의 근원이다. 오늘 서울시교육청은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대식을 갖는다. 불편한 교복을 개선하기 위한 첫 수순이다. 앞으로 시민 대상 설문조사와 학생토론회 등을 거쳐 11월경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편안한 교복’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제2기 공약 사항이다. 조 교육감은 교육 정책에 공론화를 도입하겠다며 그 첫 번째 안건으로 교복 문제를 지목했다. 이달 3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불편한 여학생 교복 문제를 언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교복 대신 생활복과 체육복으로 대체해 주세요’ 등 글들이 올라왔다. 교복 결정은 일선 학교의 자율로 하도록 돼 있다. 학교별로 의견을 모아 정하면 되지, 굳이 공론화까지 넘길 사안인지 모르겠다. 이제 교육에서만큼은 공론화가 만능키로 등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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