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폭염과 CO₂의 ‘업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1일 03시 00분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천둥 번개가 칠 때면 두려운 마음에 혹시 잘못한 것이 없는지 되돌아본다. 이렇듯 요즘처럼 불가마와 용광로에 비유되는 폭염을 겪고 있자니 우리 인간의 잘못에 뭔가 원인이 있지 않은가 하는 종교적 마음을 갖게 된다. 폭염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설명하는 데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지구온난화는 우주로 빠져나갈 적외선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에 갇혀서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수천 년 동안 대기 중 CO₂ 농도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하자 1880년에 280ppm이던 CO₂ 농도가 지난해 410ppm을 기록하면서 그 증가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1896년 노벨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CO₂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하면 지구의 온도가 5, 6도 상승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우려스러운 예측을 내놓았는데 이는 오늘날 과학자들의 기온 상승 추정치인 섭씨 2∼4.5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세계 195개국이 서명했고 가능한 한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모든 국가가 총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했다. 금년 10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1.5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예정인데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경험한 우리에게 2도 정도 낮추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빙하기와 지금의 평균기온 차이가 5도 정도밖에 나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게 되면 지구 생물의 20∼30%가 멸종위기에 몰리고 3도 이상 상승하면 대부분의 지구 생물이 멸종할 위험에 처한다. 세계적 권위의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열을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CO₂의 3분의 1가량이 1000년 이상, 그리고 이 중 일부는 10만 년 이상 대기 중에 머물면서 지구를 데우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누적된 CO₂에 의한 기온 상승효과는 연료를 직접 태울 때 나오는 열에 의한 것보다 10만 배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구업(口業)이 되어 윤회의 세월을 떠돌아 업보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배출하고 있는 CO₂도 수천 년을 떠돌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쌓으며 지구를 달구고 있다 하니 내가 배출한 CO₂의 업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되돌아봐야겠다.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는지, 일회용품 사용을 절제하는지,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지 등 CO₂를 줄이기 위한 생활 속 작은 행동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실천해야겠다. 특히 불쾌지수 높은 더운 날씨에 말조심하여 구업을 쌓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겠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이산화탄소#온실가스#스반테 아레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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