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현걸]청소년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절실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요즘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사고력 저하와 학업부진, 건강침해 등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가 적지 않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스마트폰을 매개로 각종 사이버범죄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자녀들이 ‘몸캠피싱’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몸캠피싱은 영상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게 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관련 피해 적발 건수가 2015년 102건에서 지난해 1234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몸캠피싱의 존재마저 모르는 학교와 학부모가 많다. 수치심을 이유로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1년간 집계한 피해사례는 1만 건이 넘는다. 피해자 40%는 청소년이다. 협박범의 금품 요구에 응하지 못할 때 피해 청소년들은 ‘몸캠노예’로 전락하기 일쑤다. 다른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는 호객행위 역할을 맡기거나 돈을 대신 뜯어내 상납한다. 부모나 학교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청소년들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각종 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청소년은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 순간의 호기심으로 신체 사진이나 음란 영상을 보냈다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다. 주위에 알리겠다며 상습적으로 음란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남성 가해자가 대부분이다. 사진과 영상을 팔거나 음란사이트에 유포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검찰청이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15세 여중생이 영상채팅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남성 가해자로부터 끊임없이 영상을 요구받다 자살했다.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리벤지포르노’도 여성 청소년들에게는 치명타다. 연인 사이일 때 촬영했던 비밀스러운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이별한 뒤 상대방에게 보복하기 위해 카카오톡, 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통한다. 리벤지포르노의 피해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마땅한 구제 방법이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사이버범죄에 노출된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진화하는 범죄를 따라잡기에는 현행 법규가 늘 뒷북치기에 머무르고 있다. 사전에 예방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 사이버범죄는 철저한 예방교육만으로 90% 정도는 차단할 수 있다. 다만 경찰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학교 정문에서 나눠주는 유인물 정도의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역부족이다.

학교에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직원 직무 및 자율연수 프로그램에서 사이버범죄 예방 관련 콘텐츠는 전무하다.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부터 마련해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사이버범죄#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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