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선거제 개편 강력 지지”… 거대 양당 태도 변화가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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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비례성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당 원내대표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지금이 국회가 한정 없이 외면해온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시동을 걸 적기다.

어제 문 대통령 스스로도 “대통령이 입장을 내면 국회에서 논의하는 데 장애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고 말했듯이 선거제 개편은 철저히 국회의 몫이다. 그런데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국회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져 왔다. 개헌 사안은 아니지만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등 권력구조 개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럼에도 각 정당의 득표수와 의석수 간 심각한 불(不)비례와 지역주의 정당을 낳을 수밖에 없는 현행 소선거구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제 역할을 못해온 비례대표제의 개선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이 의원으로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의석을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현재의 방식이 수많은 사표(死票)와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이라는 부작용을 낳아왔음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발생한 사표 비율은 무려 50.32%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전환이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양원(兩院)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래전부터 쏟아져 나왔다. 만약 지역구를 좀 더 크게 합해 선거구별로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 이상까지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한다면 지역독식 구도는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줄과 직결된 선거구제 개편에 여야를 떠나 의원들이 선뜻 동의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실제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5년에도 여야가 협상을 벌였지만 권역별·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불발되고 선거구 미세조정으로 결론이 났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제 강화를,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권역별·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을 촉구함에 따라 여당 내부에서도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은 유불리가 있을 것이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해온 여당과 제1야당은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해 선거제 개편을 꺼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과 달라진 민주당의 태도에서 보듯, 유불리는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뀐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성패는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정확히 정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지에 달렸다.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여당과 제1야당이라면 당장의 유불리와 소속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선거구 개혁에 나설 때다.
#문재인 대통령#선거제도 개편#권역별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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