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신문, 포털 등 어디를 봐도 모두 역대급 더위에 관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여름은 최고기온이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1994년 여름의 최고기온을 이미 넘어섰고,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는 최장 열대야 기록까지 경신한 상황으로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더위에도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폭염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폭염 속에서 일하던 건설현장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번 달에는 장시간 폭염 속에서 근무하던 드라마 스태프가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자는 이미 3300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39명을 넘어섰다. 온 나라를 불안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 당시의 사망자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렇게 폭염이 새로운 기상재해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폭염주의보 33도 발령 시 1시간 주기로 10분씩, 폭염경보 35도 발령 시에는 15분씩 쉬도록 하는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만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강제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온도에 맞춘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으로는 부족함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온도와 습도가 높은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기온으로 근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예를 들어 똑같이 35도인 지역이 있다 하더라도 습도나 기류 등에 따라 신체가 느끼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야외활동에 최적화된 폭염 예측 정보인 온열지수(WBGT)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온열지수는 미국 국방부가 훈련병의 야외 훈련 때 열사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지수로 열중증 예방에 국제적으로 널리 쓰인다. 온열지수는 기온, 습도, 복사열, 기류 등을 주요 지표로 삼아 안전(수분 공급 필요)부터 주의(운동 자제), 경계(심한 운동 30분 이하, 수분 섭취), 위험(심한 운동 자제, 휴식 및 수분 섭취), 매우 위험(모든 운동 자제)까지 5단계로 운동 및 야외 활동의 지침이 된다. 국내에서는 기상청은 물론이고 민간 기상 사업자도 해당 지수를 공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접근할 때와 같이 지역별 정확한 온열지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지역의 기온과는 달리 온열지수는 습도나 복사열, 기류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역별 실시간 측정이 최우선이다. 이웃 일본은 야외에서 근무하는 산업 현장별로 온열지수 측정기구를 배치하고 이에 맞춰서 작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의무화해 대부분의 근로자가 열중증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 역시 온열지수에 따라 6시간 이하 근무, 당일 옥외 노천 작업 전면 중지 등을 결정한다. 국내에서는 군대에서 일부 활용하고 있는데, 국방부는 온열지수가 32를 넘으면 교육훈련을 중단하는 등 탄력적인 일과를 시행하고 있다. 폭염은 재난이지만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온열지수를 군부대뿐만 아니라 학교나 여러 야외 현장에서 적극 활용해 새로운 기상재해가 되어버린 ‘폭염’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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