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 주자인 이해찬 의원은 어제 고용위기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낮아진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 원을 쏟아부어 다른 산업에 대한 재정 투자가 약해졌다. 이걸 4차 산업혁명으로 돌렸으면 산업경쟁력이 높아졌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추미애 대표도 “수년 전부터 허약해진 경제혁신 때문”이라고 했다. 여권 주류가 고용대란의 원인을 보수정부로 돌리는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적극 나선 것이다.
보수정부가 경제혁신을 게을리해 고용쇼크를 불러왔다는 여당 수뇌부의 주장은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최근 청와대의 논리를 지원사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효과를 거두려면 다소 시간을 갖고 인내해야 한다”고 했고, 경제관료 출신으로 당권주자인 김진표 의원도 “내년 상반기쯤 고용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당권 주자들이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은 당원들을 상대로 표를 얻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당 내에서 ‘전 정권 탓’이 주류를 이루면 정부가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걸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 고용위기를 초래한 경제정책 방향 설정의 당사자인 청와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게 여당의 역할이다. 여당이 경제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과 행정부에 전달해야 하는데, 오히려 청와대의 자기방어 논리를 엄호하는 충성경쟁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하고도 100일이 더 지났다. 설령 과거 정권들이 잘못했더라도 지금쯤은 현 정부의 노력으로 경제와 민생이 조금이라도 개선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면 희망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집권세력이 ‘과거 탓’만 한다면 국민들은 희망을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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