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용 상황이 악화된 데 대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해 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와 내년도 세수전망이 좋은 만큼 정부는 늘어나는 세수를 충분히 활용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지속해 나갈 방침임을 밝힌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고도 참담한 고용 현실에 맞닥뜨려 누구보다 마음이 타는 사람은 문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오죽하면 “모두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고 했겠는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관련 사업에 쏟아부은 돈이 54조 원이다. 올해 본 예산만 19조2300억 원이다. 정부가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 18만 명을 달성한다고 해도 일자리 1개를 만드는 데 1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목표 달성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내년에는 21조 원 이상을 더 쓰겠다고 한다. 외환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있었던 게 아닌데도 쏟아 넣은 세금이 일자리로 되돌아오지 않는 데 대해 고용 재난의 원인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대통령부터 돌아봐야 한다.
경제 부처와 청와대 일각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나선 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팀 교체론이 거론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고용 참사의 원인을 “인구와 산업 구조조정, 자동화와 온라인 쇼핑 등 금방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도그마처럼 붙들고 있는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 촉진과 경제 성장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1년 3개월을 달려온 결과가 최악의 실업 사태와 소득 격차 확대다. 여기에 친노동 반기업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은 활력을 잃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이 고용 창출의 반대쪽으로 경제 전반을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언제까지 더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혈세를 낭비할 것인지 답답하다.
이달 초 휴가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실사구시’라는 화두를 꺼냈다. 실사구시 경제정책을 추구한다면 이념에 치우친 정책의 일대 전환을 고려해야 할 때다. 어느새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 정부의 성역처럼 돼버렸다. 국가 경제정책이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뿐이다. 늦지 않은 결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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