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년)’을 발표했다. 발전적인 대책을 많이 제시했지만 폭식을 조장하는 먹방 규제 이슈를 놓고 구설도 많았다.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남성의 42.3%, 여성의 26.4%가 비만이다. 남성은 미국보다도 수치가 높다. 이상하지 않은가. 거리에 나가 보면 정말 비만인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을까.
미국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정말 비만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한눈에 직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비만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을 진단할 때 ‘체질량지수’를 쓴다. 체질량지수는 kg으로 표시한 체중을 m로 표시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미국은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일때 비만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한국과 미국은 해당 수치 이상이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이 비슷한 정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잣대를 다르게 정했다. 키 170cm의 남성 체중이 87kg이면 체질량지수가 30이고 72kg이면 체질량지수는 25이다.
한국 성인의 약 3분의 1은 체질량지수 25∼30에 해당한다. 이 범주에 드는 사람들을 실제 보면 살이 조금 많은 수준인데 의학적 정의에 따라 비만이라고 한다. 보는 사람은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가 생긴다. 본인도 억울하다. 비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심리적, 사회적으로 손해를 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비만’이라는 표현보다는 ‘과체중’이라는 표현을 썼으면 한다. 건강에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체질량지수 23부터 25까지를 ‘1도 과체중’, 그보다 좀 더 위험이 증가하는 25∼30을 ‘2도 과체중’, 확실히 위험이 증가하는 30 이상을 ‘3도 과체중’이라고 부르면 된다.
3도 과체중은 서양인의 비만 기준과 동일한 수치다. 여기부터 비만이라고 부르면 약간 살이 찐 정도이면서 비만이라고 불려 억울함을 느끼는 많은 사람이 비만의 굴레를 벗게 된다.
물론 이들도 과체중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강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비만이라는 이름이 주는 폐단은 사라진다. 비만 진단은 의학적인 기준만으로 붙여서는 안 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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