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은척, 알은체’를 보자. 둘 다 올바른 표기의 단어다. 이 말은 중간을 띄어 적으면 잘못된 표기가 된다.
● 알은척도 않는다.(○) 알은 척도 않는다.(×) ● 알은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알은 체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혹 띄어서 적고자 한다면 단어를 수정해야 올바른 표기가 된다.
● 아는 척도 않는다.
● 아는 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보자. 가장 먼저 나올 질문은 의미 차이일 것이다. 물론 ‘알은체(척)’와 ‘아는 체(척)’는 의미상으로 차이가 난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부터 짚어보자. 띄어서 적는다는 것은 각 단어의 의미가 문장 안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척’이나 ‘체’의 원래 뜻은 ‘거짓 태도나 모양’이다. 그러니 띄어 적은 ‘아는 체(척)’에는 이 의미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서 ‘아는 체(척)’는 사실 잘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거짓의 의미가 포함된다.
‘알은체(척)’에는 ‘척’이나 ‘체’의 원뜻인 ‘거짓’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사전의 의미를 보자.
알은체=알은척 [사전상의 의미]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는 듯한 태도를 보임. 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지음.
사실 우리는 ‘알은체(척)’를 누군가를 만나 ‘안면이 있음을 표시함’의 뜻으로 가장 많이 쓴다. ‘체’나 ‘척’의 의미를 잃고 새로운 단어가 된 것이다. 하나의 단어이니 언제나 붙여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이 단어에서 이상한 점은 없는가?
‘알은체’와 ‘알은척’을 곰곰이 들여다보자.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면 ‘알다’에 주목하면서 이상한 점을 찾아보자. 좋은 질문이 제대로 된 이해를 이끈다 했다. 발견했는가?
‘알은척’의 ‘알은’만 뽑아 생각해 보자. 이 ‘알은’은 아주 이상한 모양이다. ‘알은’이 ‘알다’로부터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알다’를 ‘알은’으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알다’라는 말로 다른 말을 꾸며 보자.
그는 절제를 미덕으로 안다. → 절제를 미덕으로 아는 사람(현재) ← 알으는(×) → 절제를 미덕으로 안 사람(과거) ← 알은(×) → 절제를 미덕으로 알 사람(미래) ← 알을(×)
‘알다’가 자음과 만나면 ‘ㄹ’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국어에서 ‘일다, 날다, 말다, 살다, 굴다’ 등 ‘ㄹ’로 끝나는 말들은 모두 그렇다. 탈락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알은’은 ‘ㄹ’을 남기고 있다. 이 말은 ‘알은’이 현대 우리가 쓰는 말의 원리를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 ‘알은체’의 ‘알은’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우리 선조들이 쓰던 말의 질서’가 반영된 말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알은’이 단어 안에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단어와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는 질서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질서를 반영한다. 그러니 ‘알은 체(척)’와 같이 띄어서 표기하는 말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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