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사 연장 스스로 포기한 드루킹 특검의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0시 00분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는 1차 수사시한을 사흘 남겨둔 어제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12번의 특검 중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이 60일밖에 안 되는 데다 특검으로 사건이 넘어오기 전 단계에서 검경의 부실 수사로 핵심 증거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특검 수사 중에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헐뜯기’와 ‘김경수 감싸기’로 노골적인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 그렇다고는 하나 특검이 김 지사의 공모 여부에 대해 드루킹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로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은 결국 특검의 무능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특검 추천단계에서부터 유력한 후보 중의 상당수가 고사해 약체 특검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터다. 특검 내부 사정을 들어보면 특검에 파견됐다 복귀할 검사와 경찰관들이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아 어렵게 수사를 진행해왔는데 김 지사 구속영장 기각 이후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져 수사를 재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특검이 스스로 연장 신청을 포기한 것은 능력을 떠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자유한국당 측에서 “역대 최악의 특검”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일리 있다.

그럼에도 특검 수사를 통해 김 지사가 드루킹과 보안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은밀하게 잦은 연락을 취하면서 수시로 재벌대책 같은 구체적인 사안까지 자문한 사실 등이 새롭게 드러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수사의 성패는 구속 여부가 아니라 재판에서 판가름 난다는 점을 특검은 새겨야 한다.
#드루킹#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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