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잇따라 대규모 강북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박 시장은 19일 목동선 등 신규 4개 경전철 노선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지난달 언급한 서울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에 이은 두 번째 비(非)강남권 개발계획이다. 여의도 용산 등에서 불붙은 강북 집값 상승이 이제 경전철 노선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며 곳곳에서 집값 호가와 실거래가 최고치가 바뀌고 있다.
“비강남 지역에 인프라를 집중 투자해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박 시장의 ‘도시 균형 발전’ 구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시기와 실현 가능성이다. 중앙정부는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집값을 진화하기 위해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잇따른 대형 강북 개발계획 발표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엇박자’ 행정을 펴는 모양새다.
박 시장이 내놓은 목동선, 우이신설 연장선, 면목선, 난곡선 등 4개 경전철은 서울시가 2013년 추진했다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민간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사업이다. 이번엔 2조8000억 원의 사업비를 재정으로 충당한다지만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동의가 필수다. 국토교통부가 승인해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만 최소 6개월에서 1년 반 정도 걸려 모든 것이 박 시장 뜻대로 진행되더라도 착공은 박 시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완공은 차차기 시장 때인 2028년에나 가능하다.
개발계획은 방향이 맞다면 박 시장 임기가 넘어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이처럼 대규모 계획 발표가 설익은 상태로 불쑥 나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당장 국토부에서 ‘대규모 개발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중앙정부와 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더구나 대규모 건설 등을 ‘토건족의 개발’로 깎아내릴 정도로 소극적이던 박 시장이 3선이 되자마자 기조를 뒤집고 수조 원대의 개발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으니,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空約)이란 구설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자칫 박 시장의 설익은 개발계획이 실수요자들과 서민의 피해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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