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경외와 존경의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외쳤던 (자연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반성적으로 재고해야 할 인류세적 시기에 당도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혼돈의 가장자리’는 조건만 주어진다면 생명의 출현은 당연하다고 설명하는 한편 끝을 향해 치닫는 인류가 혼돈의 중심에 있음을 또한 암시한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21세기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고귀함에 대한 인식이 인간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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