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해찬 대표,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 보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0시 00분


국무총리를 지낸 7선의 이해찬 의원이 그제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야당과 진솔한 자세로 꾸준하게 대화하고 국민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면서 5당 대표 회담을 개최할 뜻을 밝혔다. 야당과의 ‘협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이 대표의 소통 부재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강한 리더십과 까칠한 성격 탓에 야당과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정부 ‘책임총리’ 시절 독선과 오만으로 비칠 만한 행태를 자주 보였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는 “까불지 마라”고 하고, 야당에는 “차떼기 정당”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당시 극심한 여야 갈등은 결국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이어진 바 있다.

무엇보다 ‘보수 궤멸론’을 내걸고 야당을 공격하는 자세로는 산적한 민생입법 처리는커녕 여야 대결 구도와 소모적인 정쟁을 피할 수 없다. ‘원칙 없는 협치’에 반대한다는 소신도 접을 줄 아는 포용과 대화의 유연한 리더십으로 야당과 협상하고 현실성이 있는 협치 구상도 내놓아야 한다. 집권당 대표로서 청와대와 정부에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수정하도록 국정을 뒷받침할 필요도 있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민생과 고용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규제완화에 대해 분명한 답을 피한 것은 실망스럽다. 고용 참사와 빈부격차 확대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표방한 이 대표는 2020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초석을 놓는 데 집착할 수 있다. 그보다는 대한민국의 20년 뒤를 내다보고 여야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여당#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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