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유형별 또는 가격대별로 천차만별인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산정방식을 밝히도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제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법안을 제출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세 반영비율이 주택별로 40∼90%까지 차이가 나는데도 공시가격 산정방법이 발표된 적이 없어 납세자 사이에서 불신이 만연한 상태”라며 “실거래가 반영 목표치를 설정해 주택별 차등을 대폭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의 70%, 단독주택은 50% 수준이다. 그리고 아파트는 고가일수록 오히려 반영비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 서울의 경우 실거래가 15억 원 안팎의 강남구 한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시세의 60%가 채 안 됐지만 비슷한 크기로 시세가 5억 원 정도인 강북구 한 아파트의 반영비율은 70%가 넘었다. 이 때문에 법률안이 통과돼 구체적인 반영비율과 산정방식이 알려지면 반영비율이 높은 주택의 납세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보유세·거래세 과표, 각종 부담금 산정기준, 국민연금 납부기준 등 60여 가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세금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특히 보유세를 결정하는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등 3가지 요인 가운데 실제 거래가격의 몇 %를 반영해 공시가격을 정하느냐, 즉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정하는 데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조세 저항과 각종 민원을 우려해 부동산 유형별(토지, 공동주택, 단독주택), 지역별, 가격대별 반영비율이 각각 어떤지 실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제라도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납세는 절대 금액도 중요하지만 형평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옆집보다 많이 낸다면 왜 더 많이 내야 하는지 근거를 알려주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지난달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도 현행 공시가격 결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 올해 안에 공시가격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법률안 통과와 상관없이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산정기준을 발표해 형평성 논란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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