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1년 미국 남북전쟁 때 의사였던 리처드 개틀링은 고향인 인디애나를 지나는 수많은 부상병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병사 한 명이 100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병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총신 6개짜리 기계를 만들었다. 최초의 기관총인 ‘개틀링 건’은 전쟁사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나 흐름을 바꿔 놓는 사람이나 현상)’로 기록됐다. 현대에도 수천 km 밖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이 게임 체인저 전력으로 등장했다.
▷우리 육군도 최근 ‘5대 게임 체인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스마트 전투장비로 무장한 워리어플랫폼(개인전투체계), 드론과 로봇 기술을 결합한 드론봇(Dronebot) 전투단, 적 지휘부 제거(참수)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전 전력 등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주인공(톰 크루즈)은 워리어플랫폼의 일종인 ‘엑소슈트’라는 전투장비를 착용하고 외계 생명체와 싸운다. 최근 50대 여성이 육군이 개발 중인 장비를 착용한 소총사격에서 90%가 넘는 명중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드론봇 전투단은 병력 감축 태풍을 맞은 육군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최근 드론·무인항공기(UAV) 운용 부사관을 모집했는데 19명 정원에 여성 67명을 포함해 548명이 지원해 28.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함께 모집한 부사관 평균 경쟁률(8.5 대 1)의 3배가 넘는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컴퓨터 게임에 친숙한 신세대가 대거 지원한 때문이다. 드론 운용병도 올해부터 선발한다. 이들은 10월 창설될 드론봇 전투단에서 활약하게 된다.
▷현재 군은 2022년까지 병력 12만 명 감축, 북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전시 군 작전권 전환 등 새로운 안보환경에 직면했다. 이에 대응해 육군도 ‘땅개’ ‘소총부대’라는 오명을 털고, 미래전을 주도할 ‘디지털 첨단군’으로 변모할 계획이다. ‘게임 체인저’ 프로젝트가 실전 배치되면 작전계획도 달라질 것이다. 든든했던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요즘 군의 자체 전투력 강화는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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