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오늘 국회에 제출하는 2019년 정부예산안에서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올해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의 내년 특활비 예산은 약 182억 원이었다. 국회가 사실상 폐지했고 정부 부처도 줄인 예산을 올렸는데 청와대 특활비는 올해 그대로다.
지난해 5월 집권 직후 검찰의 ‘특활비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는 목적과는 달리 쌈짓돈처럼 쓰이는 특활비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회의를 위한 식사 외에 우리 부부 식대 등은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솔선수범했다. 청와대는 당시 남은 특활비 약 100억 원 가운데 37억 원을 절감했고, 올해 특활비는 지난해 약 232억 원에서 50억 원을 줄였다. 각 부처에도 특활비를 목적에 맞게 아껴 쓰고 투명성을 높이라고 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3168억 원보다 9.2% 줄어든 2876억 원을 내년 특활비 예산으로 올렸고, 액수가 미미하긴 하지만 대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기관은 아예 폐지했다. 국회는 기존 62억 원 중 국회의장단의 해외출장에 필요한 비용 수억 원을 제외하곤 다 없앴다. 반면 청와대는 단 한 번 50억 원을 줄인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서 대통령이 명세를 드러내지 않고 써야 할 특활비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통치행위상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증빙자료를 공개하고 쓰면 된다. 정부 부처에 특활비를 더 줄이라고 독려해야 할 국정사령탑인 청와대부터 ‘이것으로 됐다’는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면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예산안을 심의할 국회에 특활비를 줄여 달라고 스스로 요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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