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의 業] <7> ‘남과 다름’이 중시되는 취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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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상대성원리로 유명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네 살이 되도록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학교에 가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급기야 선생님이 “이 학생의 지적 능력으로는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어머니께 보냈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이런 편지를 받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학교에서 어떻게 했길래 이런 편지가 오도록 만들었냐”며 우선 아이부터 혼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걱정할 것 없다. 남과 같아지려면 결코 남보다 나아질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너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는 일화가 있다.

유대인들은 창의성을 ‘남과 다름’으로 생각한다. 창의 교육은 각자 갖고 있는 특성을 찾아서 발전시켜 주는 것이다. 한 반에 30명의 학생이 있을 때, 각자의 특성을 살려주면 30명 전원이 자기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선 여전히 ‘남과 다름’보다는 ‘남보다 뛰어남’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 객관화, 서열화된다. 한 반에서 1등은 늘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1등을 따라 하기에 바쁘다. 인구가 우리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20% 넘게 받는 배경에는 이런 창의 교육을 통해 길러진 ‘1등’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중시되는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 유대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 생뚱맞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남과 다름’이 중시되는 곳이 생겼다. 바로 취업시장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면서 자기소개서(자소서)에 학력, 경력, 집안, 외국어 실력 등 이른바 ‘남보다 뛰어난’ 영역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에 참여해 보면 자소서들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사실상 소설(小說)을 쓴다는 뜻에서 자소서를 ‘자소설’로 부르고, 채용 과정을 ‘자소설 백일장’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실제 자소서만 보고 판단하는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선 좀처럼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소서 중 눈에 확 띄는 것들이 있다. 문장이 수려하고 체계가 완벽한 게 아니라 내용이 남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존경하는 인물란에 유명 연예인이나 체육인들을 적어낸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식상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 가운데 뭔가 특별한 인물이 눈에 띌 경우 그 이유를 물어보게 되며, 대화가 이어진다. 이렇듯 자소서에 남다른 이력이나 경험이 있으면 확실하게 이목을 끌게 되며, 당연히 합격 확률은 높아진다.

물론 ‘남다른’ 자소서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 때문에 어려웠다면 최소한 대학 시절부터는 남다른 생각을 갖고, 실제 그런 공부와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진솔하고 설득력 있는 자소서를 쓸 수 있다. 꼭 취업만이 아니더라도 ‘남과 다른’ 인생이 여러모로 의미 있지 않을까.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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