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가 지난 한 달에만 2만 건을 넘었다. 각종 엉터리 매물 정보와 허위 신고가 그렇지 않아도 어지럽게 돌아가는 부동산 시장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는 어제 네이버, 부동산114 등 인터넷 부동산 포털의 허위매물 신고를 집계한 결과 8월 한 달만 2만1824건이나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상 최고치로 지난해 8월에 비해 무려 5.8배나 많고, 올 7월 7652건에 비해서도 2.5배나 증가한 수치다.
인터넷 포털에 올라오는 허위매물 신고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은 부동산중개업소가 이미 팔린 집을 인터넷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올려두거나 경매물건인데 버젓이 팔겠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이른바 ‘미끼형’이다. 이보다 요즘 문제 되는 것은 인터넷에 올라온 희망 매도가격이 자신들의 기대보다 낮다고 판단한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돌아가며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는 이른바 ‘호가 담합형’이다. 매물 가격이 허위가 아니라 신고가 허위인 셈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집값을 띄우기 위한 담합형 신고가 급증한 것이 전체 신고 건수가 늘어난 주원인이라는 게 KISO 측 설명이다. 심지어 이런 신고 때문에 주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아파트 중개업소가 실제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울러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오르면서 빈발하는 업(up)계약서 작성도 정상적인 시장가격 질서를 흩뜨리는 행위로 지목된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됐다고 신고해 추후 되파는 시점과의 가격 격차를 줄여 양도세를 줄이려는 편법이다. 당국에 신고된 가격이 실제 시세보다 높은 만큼 시장에서 가격 착시를 불러 급등세를 조장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 단속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동조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해서도 14일간 매물광고를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수준이 전부다. 가격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범죄다. 집값을 잡으려면 이런 범죄 행위부터 근절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파트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단속과 처벌 이전에 시민의 양식 문제다. 집값을 높이기 위해 죄의식 없이 타인을 압박하고 시장을 어지럽히는 부끄러운 행위는 스스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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