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다’와 ‘띠다’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어렵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맞춤법이 어렵다고 화를 낼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 단어들의 혼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이 두 단어는 발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중모음 ‘ㅢ’의 변화 때문에 생긴 일이다.
현재 우리말의 ‘ㅢ’는 아주 약한 이중모음이다. 앞에 자음이 있으면 ‘ㅡ’를 잃고 ‘ㅣ’로 발음되는 일이 아주 흔하다. 이 질서로 본다면 ‘띄다’와 ‘띠다’를 발음만으로 구분해 적는 일이 어렵다. 그래도 ‘띄다’와 ‘띠다’는 구분해서 적어야 한다. 그래야 의미 구분을 할 수 있다.
둘의 의미를 구분해 보자. 더 쉬운 것을 확인하고 보다 어려운 것을 구분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다. 훨씬 더 쉬운 ‘띠다’부터 보자. 이 단어의 쓰임은 비교적 명료하다.
● 중요한 사명을 띤다. ● 홍조를 띤 얼굴
‘용무, 직책, 사명’ 등과 어울려 ‘갖는다’의 의미로 쓰는 것과 색깔이나 감정, 기운 등이 어린다는 의미로 쓰는 것, 이 두 가지로 한정되어 쓰인다. 하지만 ‘띄다’는 이렇게 간결하지 않다. ‘띄다’를 제대로 알려면 먼저 ‘뜨다’부터 보아야 한다. 그런데 ‘뜨다’는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다. ‘뜨다’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 단어는 실은 10개가 넘는다. 모두 다른 단어다. 이 중 흔히 쓰이는 ‘띄다’에 관련된 것만 살펴보자.
● 아침에 눈을 뜨다.
가장 많이 쓰이는 ‘뜨다’다. 이 ‘뜨다’에 ‘이’가 붙어 생긴 말이 가장 흔히 쓰이는 ‘띄다’다.
● 뜨다: 스스로 눈을 여는 것 ● 띄다(뜨+이+다): 다른 어떤 것에 의해 눈이 열리는 것
‘뜨이다’ 속에 든 ‘이’는 다른 것에 의해 당한다는 의미로 피동이라 한다. ‘피(被)’라는 한자가 ‘피해(被害)’의 ‘피’자임을 알면 피동의 뜻을 사동과 구분할 수 있다. ‘뜨다’와 ‘뜨이다’의 관계는 스스로 하는가, 남에 의해서 생기는가의 차이를 보인다. 이 ‘뜨이다’의 준말이 ‘띄다’다.
이 ‘띄다’의 의미 자체는 ‘보이다’와 비슷하다. 확장되어 탁월함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 글에 오타가 눈에 띈다. → 오타가 보인다 ● 미모가 눈에 띈다. → 미모가 두드러진다, 탁월하다
두 번째 볼 ‘뜨다’는 ‘간격이 벌어지다’의 의미를 갖는 전혀 다른 말이다. 이 ‘뜨다’에 ‘이’가 붙은 말 역시 ‘띄다’이다. 예를 보자.
● 간격이 뜬다. ● 간격을 띄어 써야 한다. → 뜨게 하여
여기서 화가 나야 한다. 앞서 본 ‘띄다’는 피동사라 했다. 그런데 위의 ‘띄다’에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이 ‘띄다’ 안에 든 ‘ㅣ’의 뜻이 다르기에 생기는 일이다. 이 ‘ㅣ’에는 ‘시키다’의 의미가 들었다. 국어에는 피동과 사동을 만드는 형태가 같은 일이 많다. 그래서 국어의 피동 사동은 좀 어렵다. 시킬 ‘사(使)’자를 써서 ‘사동’이라 한다. ‘피동(당하다, ∼어지다): 사동(시키다, ∼게 하다)’로 정리하여 필요할 때 예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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