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생명 100여 명을 위협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과 ‘셀프 감리’ 제도도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서부터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경남 밀양 요양병원 화재에서도 나타난 ‘사고 공식’을 답습한 것이다.
올 2월 동작구는 유치원 인접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지반 상태와 굴착 공법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심의회의를 열었지만 문제없다며 통과시켰다. 사실상 붕괴 위험을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4월 유치원이 의뢰한 공사장 지질안전조사 결과 ‘붕괴 가능성이 높아 추가 조사와 신중한 시공이 필요하다’는 자문의견서를 받고도 이 의견을 설계사와 시공사에만 보냈다. 공사비용을 대며 건축 과정을 책임지는 건축주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 건축주 눈치를 보는 시공사가 자문의견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놓고서 구 측은 어제도 “유치원이 미리 알려줬으면 (현장에) 나갔을 텐데”라며 일찌감치 경고음을 울린 유치원 탓을 했다.
구 측은 또 “감리업체가 실질적 감독 기능을 한다. 지자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감리업체에도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감리업체가 실질적 감독 기능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이른바 ‘셀프 감리’ 때문이다. 건축법은 30가구 미만의 주거용 공동주택 건축에 대해서는 건축허가권자인 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 공사장은 49가구 규모여서 이에 해당하지 않아 시공사가 감리업체를 지정했다. 시공사는 건축주 눈치를 보는데 감리업체는 그런 시공사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다. 사고 전날 감리업체 측은 유치원 기둥의 폭 3cm 균열에 대해 “7cm까지는 괜찮다”며 붕괴 우려를 축소하려 했다.
세월호 참사는 선주들이 돈을 대 운영하는 해운조합이 안전점검을 대충하다 빚어졌다. 건물주가 소방검사업체를 지정하는 ‘셀프 점검’이 제천과 밀양 화재를 키웠다. 셀프 점검이나 셀프 감리 같은 구멍 난 안전관리 시스템이 자초하는 재난이 되풀이되는데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국민이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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