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금융위기 10년, 韓國경제 앞으로 10년이 더 걱정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0시 00분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이던 리먼브러더스가 뉴욕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 충격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냈다. 미국에서만 일자리 800만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국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금융위기가 닥친 것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경기부양용으로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했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 나자 부동산으로 몰렸고 미국에선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신종 금융기법이 불을 지른 것이다.

10년이 지난 뒤 세계 경제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최근 미국 유럽 등은 잇달아 금리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금리를 올려도 될 만큼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7월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9%로 예상되고 미국은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친(親)기업정책으로 4%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의 모범국가였다. 그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는 했으나 재정 및 금융정책, 특히 고환율정책을 통한 수출 확대로 위기를 조기 극복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 경제는 줄곧 3%대 저성장에 머물고 올해는 2.9%로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위기는 갑자기 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전 징후와 경고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2008년 이전에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폭락했다. 대형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무시됐다. 한국 정부 역시 리먼 사태가 터지는 날까지 남의 나라 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도 기업의 부도가 이어지고 금융회사가 흔들렸다. 그래도 경제 당국자와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애써 위기설을 무시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도처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수출 비중이 더욱 커진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는 양극화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에 밀어닥칠 것이다. 우리 경제 상황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은 산업현장에서 감지된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주력 제조업 가운데 디스플레이와 조선, 기계는 이미 중국에 잡혔고 휴대전화는 ‘추월 직전’이다. 또 사상 최악의 고용지표가 위기의 경고음을 울린다.

무엇보다 미래가 안 보이는 것처럼 큰 위기의 징후는 없다. 최근의 경기 악화를 경제 위기의 전조로 보는 당국자와 전문가는 많지 않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서 보듯, 위기는 도둑처럼 찾아온다. 심상찮은 징후를 가벼이 여기고 제때 대비하지 못한 나라에 위기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계부채#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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