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만 명 시대가 정말 다가왔다. 길거리에 낯선 어느 나라 말이 들리고 도심에선 외국인이 많이 눈에 띈다. 이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외국인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어학연수생, 유학생, 결혼이주여성, 근로자, 환자, 난민 등 여러 유형의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 많은 외국인의 유형을 모두 합쳐 ‘다문화’라고 칭한다. 하지만 다문화라고 하면 오직 해외에서 돈을 주고 사온 결혼이주여성을 칭하는 줄 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기서 설명하고 싶은 게 바로 고용허가제다. 고용허가제는 일반고용허가제(E-9)와 특례고용허가제(H-2)로 분류된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를 겪으면서 생산과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어 2004년 8월부터 해외 인력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인에게 그리 낯선 사연은 아니다. 한국인도 베트남전쟁에 군인을 보내고 독일에 간호사, 광산 노동자를 파견해 외화를 벌어 경제적 성장을 일궈냈다.
얼마 전 고용허가를 받아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 출신 근로자가 필자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업장에서 부당 해고를 당해 원치 않는 불법체류자가 될 지경이라고 했다. 해고 이유는 서투른 한국어와 고용노동부 사건 담당 직원의 선입견 때문이라고 했다. 선입견 문제는 어디에서나 한 명쯤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인 업무에 반영해 처리하면 안 된다. 젊은 몽골 근로자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아 절대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필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유는 통역 때문이었다. 통역하려면 사건에 대한 모든 내용을 알아야 한다. 양측 상황을 파악해 감정적으로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자 해당 근로자와 함께 고용부에 진정서를 넣었다. 고용부는 ‘몽골 사람들이 원래 핑계를 많이 만들어서 온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불법체류자라고 인증했다.
고용부가 어디까지나 고용허가제를 받아 온 근로자들에게는 절대적인 ‘갑’이다. 외국인 출입국관리사무소보다도 한 단계 위다. 결과에 실망한 몽골 근로자는 돈을 내고 노무사를 고용했다. 다행히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니라 소송 중이라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근로자는 해고를 당하기 한 달 전 몽골에 있는 네 살짜리 딸이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했다. 딸아이는 아빠가 너무나도 보고 싶단다. 몽골 근로자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어설픈 한국어로 “일 안 해여, 딸이 아파, 몽골 가”라고 했다. 회사는 몽골에 완전히 귀국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몽골 근로자가 다음 날과 그 다음 날 정상 출근했고 회사에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이후 근로자를 퇴사 처리했다. 고용 허가를 받은 외국인들은 퇴사 처리가 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해 다른 사업장을 찾아야 한다. 자신을 퇴사 처리한 것을 알지 못한 몽골 근로자는 몽골에 가서 1개월 동안 딸과 함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직장이 없고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기 이틀 전이었다.
만약 회사가 몽골 근로자가 퇴사할 것으로 알았다면 이틀 동안 출근해 근무할 때 진짜 퇴사할 것인지 물어보고 퇴사를 원한다면 서류로 사직서를 받아야 한다. 한국어가 서툰 근로자에게 묻지 않고 퇴사 처리를 했다면 분명한 부당 해고이다. 회사는 근로자가 한국에 입국한 뒤 항의를 하자 퇴사 시기를 1개월 미뤘지만 고용부 담당 직원은 이런 상황이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몽골인이 원래 핑계를 잘 만든다는 식으로 답하는 것에 너무나도 서글펐다. 몽골 근로자를 도우려고 하지 않고 소리만 지르고 보냈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불편하고 안타까웠다.
한국에서 오래 거주한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월드컵과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정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한국에 들어온 젊은 외국인들에게 오해가 발생해 모두 내보낸다면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 한국에 돈을 벌려고 온 사람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선입견이라도 갖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공무원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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