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7세 어린이 수십 명의 깜찍한 항의 시위가 있었다. “스마트폰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아 주세요.” 맨 앞줄서 구호를 외친 에밀 루스티게는 엄마, 아빠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이 고민이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길래 길거리 시위를 계획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알리고 시위를 도운 것은 에밀의 아빠. “함께 있어도 아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아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그의 아빠는 심지어 소아과 의사였다.
▷청소년의 33%가 ‘부모가 스마트폰을 그만하면 좋겠다’고 답했다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청소년발달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있다. 자신이 부모의 관심 밖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독일인명구조협회는 올해만 어린이·청소년(15세 미만) 20명이 익사했다고 물놀이 떠나는 ‘스마트폰 붙박이’ 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실제로 1월엔 중국의 한 워터파크에서 아이가 물에 빠진 줄도 모른 채 엄마가 스마트폰을 보는 동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한국의 아파트에선 게임에 빠진 사춘기 아이를 혼내는 큰 소리가 주요 층간소음이다. 6월 여성가족부가 초중고교생 129만 명을 조사했더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15%나 됐다. 그래서 스마트폰 중독은 부모의 골칫거리인 줄 알았다. 한데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부모도 다를 바 없으면서 잔소리만 하는 셈이다. 사실 기저귀도 떼기 전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집에 오면 가족끼리 대화는커녕 스마트폰을 끼고 있는 어른들 아닌가.
▷스마트폰 중독은 도박, 쇼핑처럼 비물질 중독에 포함된다. 긴장 우울 같은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자 탐닉하게 된다. 부모와 바람직한 애착관계가 형성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면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굳이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아도 마음의 소용돌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어서다. 그동안 스마트폰 중독 연구에서 축적된 결론이다. 중독이 대물림되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기, 대화하기, 그리고 같이 놀아주기. 스마트폰이 아무리 발달해도 부모를 대신할 수는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