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동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백설공주’가 아닐까요. 계모 왕비가 마법의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고 묻는 말이 유명한 동화 구절이 됐지요.
거울의 어원을 보면 ‘거꾸로’의 고어인 ‘거구루’에서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거꾸로 보이는 묘한 거울만큼 패션과 밀접한 도구가 있을까요. 화장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옷을 입고 나서 맵시를 뽐낼 때 거울이 없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되지요.
역사적으로 흔히 ‘자뻑’, 우아한 말로 ‘자기애(自己愛)’에 빠진 패셔니스타들은 모두 거울을 사랑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시스라는 목동은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요정들의 구애를 받지만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양떼를 몰고 거닐던 중 우연히 호숫가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 순간 그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집니다. 결국 손이 닿으면 흔들리며 없어졌다가 잔잔해지면 다시 나타나는 ‘밀당’의 고수에게 유혹돼 자기 모습을 따라 물속으로 빠져들었죠.
또 다른 자기애 패셔니스타는 프랑스의 국왕 루이 14세입니다. 현재 프랑스가 문화, 예술, 패션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에 서게 한 주인공이자 스스로를 ‘태양왕(Roi Soleil)’이라고 칭한 자기애의 화신이죠. 어려서부터 라틴어, 이탈리아어, 역사, 수학 등 왕이 되기 위한 제왕 교육을 받았는데, 그가 가장 좋아했던 분야는 예술이었습니다.
루이 14세는 회화와 건축에 관심이 지대해 이 모든 것을 집약한 것이 바로 베르사유 궁전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1677년 본격적인 왕의 거처로 사용하기 위한 공사에 들어갑니다. 이때 루이 14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 바로 ‘거울의 방’이었습니다. 17세기 전 유럽에 하이힐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패셔니스타였던 그는 유난히 거울에 집착했습니다.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거울 제조기술을 빼내고자 베네치아의 거울 제조 장인들을 가족과 함께 이민시켰습니다. 결국 거울의 방을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울들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루이 14세가 선보인 궁정문화가 전 유럽의 군주들에게 흠모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허세를 부린 루이 14세도 그랬겠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 작은 점 하나, 솜털 하나, 내 눈에만 보이는 티 하나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거울이지만 내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죠. 거식증에 걸린 패션 모델들이 깡마른 자신의 몸매를 거울에 비춰 보며 아직도 뚱뚱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거울 잘못이 아니겠죠. 반면 ‘요술거울’이라며 의류매장에 비치된 전신거울은 ‘숏다리’를 ‘롱다리’로 만드는 요술을 부려 보는 이를 기쁘게 합니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려고 찍는 셀카 열풍에 힘입어 스마트폰이 요술거울입니다. 다양한 필터와 보정 기능이 나를 미인으로 뚝딱 만들어주죠.
아름다움을 꿈꾸는 여러분 집에는 몇 개의 거울이 있나요? 스마트폰에는 몇 장의 셀카 사진이 있나요? 다 마음에 드시나요? 내 마음의 거울한테 물어봅시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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