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영혼(정신)의 아름다움이 육체의 아름다움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그 영혼이 아름다우면 비록 육신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이를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선도해야 할 것입니다.” ―플라톤의 ‘향연’
‘향연’은 내 인생의 책 중 하나다. 대학원 시절 미학사 연구라는 수업시간에 이 책을 접하고서 미와 예술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또한 평론가로서 내 비평 기준의 지침이 되기도 했다.
플라톤은 미와 예술을 통한 인간 형성을 논의한 최초의 철학자로 거론된다. 이 책의 전반적인 테마는 사랑(에로스)이다. 미에 대한 문제는 대화 속의 각 등장인물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미가 바로 사랑의 대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됨으로써 비로소 대두된다. 이 ‘대화편’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에로스의 사자인 디오티마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사랑의 비의(秘儀)를 설파하게 된다.
‘향연’에서 플라톤은 “육체의 아름다움이 덧없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지식 속에 있는 미를 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아름다움의 큰 바다로 나아가 그 바다를 바라보는 가운데 풍부한 애지심(愛知心)에서 많은 아름답고 숭고한 언설을 낳아 마침내 아름다움에 관한 지식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각적인 미에서 출발하여 추상이 점차 증가되는 단계들을 거듭하며 발전하다가 마침내 궁극적인 미의 이데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외형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서울 강남의 대로변에는 한 건물 건너 한 건물꼴로 성형외과가 들어섰고, 성형외과 마케팅이란 것도 생겨났다고 한다. 보톡스나 필라테스로 외모를 가꾸는 것도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자기 몸을 자신이 가꾼다는데 이를 탓할 사람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아름다움이 인생의 궁극 목표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낮은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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