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걸프전쟁 때 미군 전차 ‘M1 에이브럼스’ 한 대가 진창에 빠져 고립된 채 이라크군 T-72 전차 세 대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M1은 옴짝달싹 못한 상태에서도 T-72 세 대를 모두 격파했다. 그중 한 대는 모래언덕 뒤에 숨어 있었지만 살아남지 못했다. M1에는 T-72가 쏜 포탄에 가볍게 긁힌 자국만 남아 있었다. 주포의 긴 사정거리와 디지털 사격통제체계, 혁신적인 보호 장갑(裝甲)으로 무장한 M1은 단 한 대의 손실도 없이 걸프전을 마무리 지었다.
▷이런 무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M1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차 지휘관으로 활약한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장군(1914∼1974)의 이름을 땄다. 그는 ‘기갑의 명장’ 조지 패튼 장군 휘하에서 화려한 전공을 쌓았다. “내가 육군 최고의 전차 지휘관이겠지만, 나에 견줄 만한 유일한 동료는 에이브럼스다. 그는 세계 최고다.” 패튼이 한 말이다. 그러니 미군의 2세대 주력 전차 ‘M60 패튼’이 3세대 전차 ‘M1 에이브럼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주베트남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에이브럼스 장군은 ‘육군 명가(名家)’를 이뤘다. 여섯 자녀 가운데 세 아들 모두 육군 장성이 됐고, 세 딸도 모두 육군 장교와 결혼했다. 그와 세 아들이 단 별이 모두 13개다. 그의 셋째 아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육군전력사령관(57)이 최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이달 말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한국에 부임할 것이라고 한다.
▷에이브럼스 지명자는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6·25전쟁 말기에 참전해 1, 10, 9군단의 참모장으로 일했고, 지난달 작고한 둘째형은 1990년대 주한 미2사단장으로 의정부에서 근무했다. 2사단의 부대마크를 산뜻하게 다시 디자인한 사람이 형 존 에이브럼스 전 육군교육사령관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놓고 말이 많은 요즘이다. 에이브럼스 일가가 한국과 맺은, 그리고 계속 이어갈 인연이 한미 간 굳건한 버팀목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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