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습작이라고?”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벽에 걸린 앙리 마티스의 ‘춤’을 본 사람들이 한 번쯤 내뱉는 말이다. 가로 4m에 이르는 거대한 그림이 습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다. 여자들이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추는 모습은 우리나라 한가윗날 추는 강강술래를 연상시킨다. 마티스는 어떻게 이런 거대한 춤 그림을 습작으로 그린 걸까?
1909년 러시아 컬렉터 세르게이 슈킨은 마티스에게 춤과 음악을 주제로 한 그림 두 점을 주문했다. 자신의 모스크바 저택 벽을 장식할 목적이었다. 마티스는 몽마르트르 언덕의 무도회장을 찾아 무희들이 춤추는 모습을 관찰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무도회장에서 들었던 음악을 흥얼거리며, 대형 캔버스 위에 무희들을 그렸다. 원근법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댄서들은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가볍고 편평했다. 세부적인 표현을 거부하고 본질적인 세 가지 색만 썼다는 것도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마티스에겐 춤에서 나오는 삶의 기쁨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게 중요했지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거대한 캔버스 그림은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됐다. 흥이 나서 몰입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습작이었지만 마티스는 이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춤1’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주문자가 가져간 ‘춤2’는 여자들의 피부색이 강렬한 주황색이고, 배경 색도 ‘춤1’보다 좀 더 선명하고 진하다. 사실 춤추는 여자들은 마티스의 다른 그림에도 계속 등장한다. 벌거벗은 사람들이 숲이나 동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은 서양인들이 흔히 상상했던 낙원의 모습이기도 하다.
“춤은 삶이요, 리듬이다.” 춤을 무척 좋아했던 마티스가 한 말이다. 춤은 음악이 필요하고 음악을 들으면 춤을 추고 싶어진다. 다 함께 손잡고 춤출 수 있는 평화롭고 신명나는 세상, 화가 마티스가 ‘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바로 그런 지상 낙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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