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르는 일본의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짓는 선거다. 선거는 아베 신조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2파전으로 진행된다. 3연임을 노리는 아베 총리가 확고한 우위를 점한 상황이라 벌써부터 일본 최장수 총리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베의 독주에 도전장을 낸 이시바는 1986년 29세 나이로 최연소 중의원에 당선되며 주목받은 8선 의원이다. 부친은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냈고 정계 입문은 아버지 친구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권유로 이뤄졌다. 이 정도면 꽤 든든한 인맥이지만 아베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수준. 부친은 외상, 조부는 중의원, 외조부는 전후 A급 전범 출신으로 총리에 등극한 기시 노부스케, 외종조부는 61∼63대 총리 사토 에이사쿠다. 지금까지 사토 전 총리가 전후 최장 재임 기록(2798일) 보유자인데 아베가 선거에 이기면 내년 8월 그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아베 가문의 정치적 고향은 야마구치현, 막부 시절 조슈번으로 불렸던 곳이다. 메이지 유신을 설계하고 ‘정한론’ ‘대동아공영론’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이 바로 이 고장 출신.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초대 총리가 그의 제자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요시다 쇼인을 꼽는 아베 총리는 그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쇼인 선생의 뜻을 충실하게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 말의 의도가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되, 아베 총리의 집권 이후 일본 사회의 우경화 행보에는 가속도가 붙었고 한일 관계 역시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의 역사 도발이 계속되면서 한일 간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밀어붙이는 개헌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 예상대로 그가 승리할 경우 개헌시계의 속도는 빨라질 테고 동아시아 안보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터다. 미우나 고우나 한일 두 나라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사이. 과연 아베 3연임 시대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앞으로 3년을 더 아베 총리를 지켜봐야 하는 한국에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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