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표했던 ‘청정 전력 생산 계획’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2016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죽어가는 석탄을 살려내고 제조업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며 낙후한 산업지역 벨트인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최근 대선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던 주들을 모두 이기는 예상 밖의 선전으로 대통령이 됐다. 이런 이유로 공식적인 청정 전력 생산 계획 폐기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중앙정부 차원의 석탄에 대한 장려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청정 전력 생산 계획의 백지화가 미국의 에너지 수급 방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전력 공급을 계획해야 하는 전력회사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석탄을 장려한다고 이미 재생에너지나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유발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으로 기운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15년 8월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표한 청정 전력생산 계획의 주요 골자는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생산 부분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5년 기준 32%를 줄이자는 것이다. 2005년은 미국의 금융위기 직전 활황기로 화석연료 특히 석탄을 이용한 전력 생산이 최고점에 다다른 시점이었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전력소비량 자체가 줄었다.
이 시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장려가 일어나 적극적으로 정책을 받아들인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09년 12%만 차지하던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이 2017년 29%까지 늘어나게 됐다. 이에 더해 천연가스의 가격이 싸지면서 석탄의 시장 경쟁력은 점점 떨어졌다.
반면 석탄 채굴의 경제 의존도가 높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켄터키주 등은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즉각 제기하고, 미국의 연방 대법원까지 개입한 긴 법리 싸움은 트럼프 행정부까지 이어졌다. 정권이 바뀌고 트럼프 행정부가 청정 전력 생산 계획 폐기를 발표하자, 이제는 반대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환경에 관심이 높은 주에서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기환경청(EPA)의 과학자들은 청정 전력 생산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경우, 해마다 14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현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셈이다. 앞서 올해 초에는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가 릭 페리 에너지장관이 제안한 석탄 및 원자력 전력공급원에 대한 지원 계획이 정치적인 이유 외에는 어떠한 현실적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이행 불가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가 에너지 공급 체계를 뒤바꾸려는 시도는 어디서든 있을 수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집단도 달라진다. 그러나 에너지 문제는 환경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그런 세력을 견제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적인 분석 결과조차 정치적 목적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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