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역 집값이 폭등함에 따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을 출범시키기 위한 청문회가 최근 진행됐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7일 ‘서울 집값 폭등 현상 등 최근 이슈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
―이번 독자위원회는 요즘 진행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문제와 서울 집값 폭등 현상을 중심으로 짚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더불어 최근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종빈 위원장=이 주제를 다룬 동아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무엇이 궁금했고, 어떻게 기사를 읽었는지 독자 입장에서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쉬운 부분과 이런 방향이면 더욱 좋겠다는 의견도 좋습니다. 먼저 인사검증 관련해 말씀해 주시죠. 신용묵 위원=인사검증에서 중요한 것은 공직 후보자를 평가할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이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조직 내부 인사가 승진할 때는 전문성보다는 개혁성과 참신성이 중요하고, 외부 인사는 전문성을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생각입니다.
이준웅 위원=위장전입은 이제 통과의례로 넘어가는 식이 된 듯합니다. 동아일보가 7월 6일자 등에서 김선수 당시 대법관 후보자의 과거 기고문 등을 분석해서 보도한 것은 평가할 만합니다. 다른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 후보자들도 과거 판결문을 분석해서 소개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류재천 위원=9월 7일자 A11, 12면에 문재인 정권의 인사 잣대에 관한 기사가 있습니다만, 단순히 위장전입이라고 하면 독자들은 어떤 범법행위를 했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법 몇 조를 위반했다고 구체적으로 써 주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유 후보자가 교육행정을 이끌 만한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조화순 위원=인사검증 관련해 기사량도 부족했지만 질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2기에서 추진하는 정책들과 후보자들이 걸어온 길이나 신념이 적합한지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8월 31일자에 보면 ‘캠프출신 뺀 자리에 정치인-관료’ ‘실사구시 내각’ 등 정부의 개각이 의미 있게 이루어진 것처럼 헤드라인을 뽑았는데 비판의식 없이 청와대의 자평을 제목으로 뽑은 듯합니다. 신 위원=9월 12일자 A10면 ‘野 “이석태, 정치적 편향-거짓 증언”’ 등의 기사를 보면 정치인들이 한 말을 나열한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자극적 문장이라 독자 눈을 끌지 모르겠으나 의미 있는 말이 아닌데도 나열하는 식은 아쉽습니다. 김 위원장=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을 구성하는 인사이므로 고위공직자 임용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이 무엇인가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8번이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 변명은 대법원에서 추천한 사람이기에 사전 검증을 못했다는데 국민 입장에서는 변명이 못 됩니다. 9월 11일자 A4면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검증 기사의 제목이 ‘동성애, 왼손잡이 같은 것…군대에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건 문제 있어’라고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혼,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앞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칠 듯합니다. 독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는지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우리나라도 동성혼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 위원=신문은 제목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소개하는 식의 제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9월 11일자 A5면을 보면 청와대가 정당 대표들에게 동반 방북을 제의했는데 야당에서 반대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목이 ‘보수 야당, 청 일방통보 발끈’ 이렇게 돼 있는데, 발끈이란 말은 신문에 쓰는 말로는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조 위원=이석태 후보자 경우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한 것이 동성애 발언보다 후보자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더 좋은 사례로 봅니다. 이 문제는 좀 더 심도 있게 취재해서 보도했어야 합니다. 김 위원장=그럼 집값 폭등 문제로 넘어갈까요. 조 위원=부동산 정책 관련 기사는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기사를 읽어봐도 어렵습니다. 여러 기사가 혼재돼있어 전문가 진단 및 심층 기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자본주의 기본 원리는 존중하면서 정책을 펴야 할 텐데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류 위원=9월 14일자 A2, 3면에서 새로 나온 부동산 정책을 쉽게 도표로 설명해 준 것은 일목요연했습니다. 9월 13일자 토지공개념 기사와 관련해서는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부동산 정책에 성공한 예가 다른 나라에 있는지 소개했으면 좋았겠습니다. 이 위원=9월 12일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인터뷰 기사는 눈에 띄었습니다.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관료들이 입을 닫고 있어 비겁하다고 지적했는데, 고위 공직자의 자기고백적인 인터뷰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신 위원=9월 12일자 A5면에 부동산 개혁 긴급 토론회를 실었는데, 중계방송 같은 나열식에 그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콘텐츠 경쟁을 시켜야 하는데 자극적인 발언을 실어주니까 정치인들은 더 자극적인 발언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 위원장=부동산 대책이 나온 다음 날인 9월 14일자에 동아일보가 상세히 보도한 것 자체는 바람직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집값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9월 1일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 정책 방향을 첫째 적폐청산, 둘째 소득주도 성장, 셋째 평화체제 구축으로 삼았다고 보도됐습니다. 이전 정부의 이념이 자유민주주의였다면 현 정부 이념은 공정, 평등, 평화 세 마디로 압축될 수 있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체제에서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로 가야한다는 것이므로, 부동산뿐 아니라 여러 문제를 이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관련 8가지 대책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떤 반작용을 가져왔는지 독자들이 쉽게 파악하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주제 외에 추가로 짚을 내용이 있는지요.
류 위원=8월 10일자 관세청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내용의 러시아산 석탄 증명서 관련 기사는 좋은 추적기사였습니다. 하지만 허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고 적당히 넘어간 것은 아쉬웠습니다. 9월 3일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와 9월 5일자 ‘골든타임 사각지대’는 유용한 기사로 판단됩니다.
신 위원=민생 및 안전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아쉽습니다. 예컨대 BMW 화재 사건은 진행 중인데도 독자의 불안을 덜어줄 기사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수입품의 경우 한국 소비자의 편익을 해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본사와 한국지사의 관계가 많은 영향을 줍니다. 해외본사가 한국지사 위에 군림하면서 ‘슈퍼 갑’ 노릇을 하다 보니 한국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 위원=동아일보 ‘책의 향기’ 지면에 실리는 책들이 너무 주변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인 사회에서 논의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책이나 저자를 중심으로 선정해야 합니다. 외부 필진이나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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