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언론들이 평양 시내 초고층 건물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수행한 남측 방북단과 언론의 반응이라며 이른바 ‘평해튼’을 자랑한 북한 노동신문의 27일 보도다. 화사한 옷을 입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빽빽한 건물 사이를 걷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 방북단이 전하는 소식과 사진을 보면 평양은 상전벽해(桑田碧海)다.
▷평양과 맨해튼을 합성한 신조어 평해튼은 201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북한 부유층의 일상을 소개하며 만든 말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은하거리(2013년), 위성거리(2014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가 줄줄이 완공됐다. 지난해 4월엔 ‘평양속도전’으로 단 1년 만에 여명거리가 완공됐다. 약 90만 m² 규모에 70층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 44개동(4808가구)이 들어섰다. 이런 평해튼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아직 냉소적이다. ‘북한 내부에서’라는 평양 방문기를 펴낸 영국 건축가 올리버 웨인라이트는 사람이 없는 거리를 두고 “체제 선전을 위한 거대한 세트장 같다”고 했다.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 시리즈 주인공이자 BBC 여행 프로그램인 ‘80일간의 세계일주’ 진행자로 유명한 마이클 페일린. 북극, 사하라사막 등 안 가 본 곳 없는 그가 5월 드디어 북한 땅을 밟았다. 그의 여행기를 최근 영국 채널5가 방영했는데 호평이 쏟아진다. 페일린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잘려 방송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개미처럼 카메라에 잡혀 대사를 읽거나 오전 5시 꽝꽝 울려 퍼지는 기상 음악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에 놀라 깨어난다. 경직된 사회에서 좌충우돌하는 코미디 배우의 모습이 요샛말로 웃프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 대표인 닉 보너가 페일린의 이번 여행에 동행했다. 보너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상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뒷짐 지지 않기, 김정은 사진이 실린 신문 구기지 않기 등 북한 여행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북한은 변화를 원한다. 그런데 그 변화가 주민들이 아닌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인 듯해서 걱정이 된다.” 평양을 보고 온 페일린의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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