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력시위까지 번진 美中 新냉전, 대북제재에 균열 없도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9일 00시 00분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이번 주 초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비행한 데 이어 27일 중일(中日)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에서 비행훈련을 했다. 동중국해 비행훈련에는 일본 전투기들도 참가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며 중국의 11월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까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미중 충돌이 군사 안보 정치 등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실 미중 간 신냉전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올 1월 발표한 ‘2018 국가방위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안보의 최대 도전으로 규정했다. 거기에 대규모 무역전쟁이 결합돼 갈등이 고조되다 이제 무력시위까지 다다른 것이며 이런 대결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이런 대립이 유엔의 대북제재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그 불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도 옮겨붙는 조짐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안보리 한반도 문제 공청회에서 “안보리가 적절한 시기에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대북제재가 집단 체벌이 돼선 안 된다”고 동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가 완전히 달성되고 완전히 검증될 때까지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이미 방아쇠가 당겨진 제재 완화론은 앞으로도 계속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국제사회가 미국을 중심으로 단합된 목소리를 내면서 북한을 비핵화 이행의 길로 견인해야 할 결정적 시점이라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다음 달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북-미 2차 정상회담, 김정은의 서울 답방 등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대형 이벤트들이 줄줄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미중 갈등이 중국의 엇박자를 부추기면 한반도 문제 해결 로드맵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김정은은 이미 4∼6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 당시 중국 방문 카드를 통해 자신의 협상력을 한껏 높여 국면을 복잡하게 만든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확고하고 정교한 전략으로 한국 외교의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다. 대북 제재와 평화체제 구축을 놓고 미중 간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단일 대오는 북한의 비핵화 완료 때까지 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김정은을 새로운 길로 이끌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힘이다.
#미중 무역전쟁#신냉전#동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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