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오후 3시 하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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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초등교사와 초등 3, 4학년 9868명에게 놀이시간을 늘려 오후 3시에 하교하는 ‘더 놀이 학교’에 대해 찬반을 물었더니 교사 95.2%, 어린이 71.2%가 반대했다. ‘더 놀이 학교’는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안한 돌봄 공백 해소 방안이다. 초등 1·2학년은 오후 1시, 3·4학년은 오후 2시면 하교하는 탓에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가 가장 낮다. 지난해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건강보험 가입 여성 직장인 1만5841명이 신학기를 전후해 회사를 그만뒀다. 초등학생 사교육 참여율(82.3%)이 중고교생보다 높은 까닭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반대 이유로 “쉬고 싶다”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 “학원만 늦게 간다”고 주로 답했다. 교사들 역시 ‘학생의 정서적 피로’(50.5%)를 1위로 꼽았고 학생 안전·분쟁에 대한 교사의 책임 증가(21.7%)가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에서 ‘하루 10분 수학문제를 풀래?’ ‘급식에 나온 김치를 먹을래?’같이 부정하는 답이 나올 법한 질문을 던진 것도 의아했지만 대다수 아이들이 학교는 피곤한 곳이라고 보는 것도 놀랍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초등학생들이 대체로 오후 3시 넘어 집에 온다. 집에서 아이들을 맞을 수 없는 엄마들을 위해서는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한다. 유독 한국의 하교시간이 이른 것은 과거 학교와 교사가 부족해 2, 3부제를 하던 영향이다. 2015년 기준 초등 1, 2학년 연간 수업시수를 비교해도 미국(845.5시간), 프랑스(864시간)에 비해 한국(560시간)은 훨씬 적다.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춰도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어차피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교사들은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이 아니다”라고 한다. 책걸상만 가득한 교실에서 놀다가 안전사고나 학교폭력이라도 발생하면 행정과 민원에 시달리니 손사래를 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저출산위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과전담교사를 두는 등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다. 사회가 변하는데 학교와 교사만 그대로일 순 없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더 놀이 학교#하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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