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사용자가 22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올해 3월 87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돼 미국 대선 당시에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회사가 이번에는 최소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해킹당했다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한국인 사용자도 해킹 가능성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강제 로그아웃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개인정보 해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해킹 사건에서 해커들은 ‘내 프로필 미리보기 기능’의 약점을 이용해 ‘액세스 토큰’을 탈취했다고 한다. 액세스 토큰은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로그인을 해주는 일종의 디지털 열쇠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해커가 글쓰기는 물론 ‘좋아요’와 공유 기능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다른 앱에 로그인하는 ‘소셜 로그인’도 가능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용 앱도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협력과 공유, 정보의 민주화 같은 온갖 수식어를 동반하며 혁신경제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던 SNS가 이제 민낯을 드러내는 듯하다. 사용자에게 집요하게 친구를 찾아 줄 테니 학교와 회사 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글에 ‘좋아요’ 누르기를 요구하며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든 건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이런 정보를 광고주들에게 판매해 지난해 4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서도 개인정보 보호는 방치했다. 유럽연합(EU)이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로 최대 16억3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에 특정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도 사용자의 감정과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미국 코넬대는 2012년 7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범죄수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고, 마케터와 고용주는 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우리가 지금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인공지능(AI)까지 결합시킨 SNS 기업들이 개인의 생각과 의사결정까지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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