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신곤]南北 ‘보건 격차’도 대비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김신곤 고려대 의대 내과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
김신곤 고려대 의대 내과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
올해 들어서만 남북 정상이 3번째 회담을 열었다. 궁극적인 평화와 화해로 가기 위해선 앞으로도 여러 곡절이 있겠지만, 남북한 사이의 교류협력은 분명 활발해질 것이다. 그럴 때 먼저 고려할 것이 무엇일까? 필자는 남북한의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치명적인 감염원이 될 가능성에 대한 대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한의 감염성 질환의 양상은 70년의 분단을 걸쳐오며 상당히 달라졌다. 우리의 경우 세균성 질환들이 약화되고 반면에 바이러스 질환들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아직도 세균이나 기생충 같은 후진국형 질환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몇 년 전 메르스 홍역을 치렀는데, 북한은 결핵 유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특히 여러 약제가 듣지 않는 난치성 다제내성 결핵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만약 이번 정상회담 중 우리 측 수행원들을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북한으로 전파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반대로 북측 인사를 통해 다제내성 결핵이 우리에게 전파되었다면? 다행히도 정상회담 수행원들을 통해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교류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위험의 크기 또한 증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양선언에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선언에서는 또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대기 중 발암성 물질인 벤조피렌의 20%는 북한에서 오며, 서울 상공의 초미세먼지의 9%가 북한의 기여분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한반도의 면적은 22만 km²에 불과하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또한 미세먼지나 오염원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평양선언을 한반도건강공동체 준비로 이어가자. 먼저 국회에서 13년째 계류 중인 남북 보건의료협력 법안부터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통독 16년을 앞서 동서독 보건의료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18, 19, 20대 국회 임기를 바꿔가며 3번에 걸쳐 제출된 법안이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민관학연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남북협력TF를 한반도건강공동체 준비위원회로 격상시키고, 통합적 관점으로 주요 질환, 전문 영역, 주요 이슈별로 향후 로드맵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는 한반도 공동체를 대비한 가장 유효한 투자 영역이다. 북한주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개선, 더 나아가 미래 한반도의 보건의료를 대비한 연구와 협력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투자전략이 될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통합이 통일된 한반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신곤 고려대 의대 내과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
#남북 정상회담#통일#북한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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