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SK하이닉스의 충북 청주 반도체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이곳에서 가진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일자리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기업 투자 촉진과 활력 회복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한 뒤 나온 발언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며 공무원 증원과 함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집중했다. 반면 민간 기업의 투자 여건을 만들어 기업 스스로 고용을 늘리는 대책에는 소홀히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지난해 매월 20만∼30만 명씩 늘던 취업자 수가 올해 들어 10만 명대로 떨어지더니 올해 8월에는 3000명까지 급락했다. 9월 고용지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나올 가능성까지 예상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집중해온 공공일자리 중심의 일자리정책에는 오히려 잘못된 부분이 많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가 안정된 일자리임에는 틀림없으나 세금은 결국 민간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같은 돈으로 정부가 민간 기업보다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무게중심을 공공부문에서 민간 기업으로 돌렸다면 이 분야에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최저임금 역시 과도한 속도로 밀어붙여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식음료 분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킨 면이 없지 않다. 향후 속도조절과 함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약 14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 20조 원을 투자해 21만 명이 넘는 고용창출과 70조9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도 앞으로는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하는 ‘서포트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기업을 격려하는 몇 마디 발언을 했다고 바로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친(親)기업 분위기 조성과 함께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SK하이닉스와 같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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