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3일(현지 시간)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하이라이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명의 중국 주교를 소개하는 장면이었다. 250여 명의 주교가 참석한 대회 개막 미사에서 교황은 사상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온 2명의 주교가 함께했다며 환영을 요청했다. 설교는 감정에 북받친 듯 잠깐 중단됐고 신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교황이 임명하지 않은 중국인 주교의 첫 회의 참석은 중국 정부의 승리로 보여진다. 바티칸과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중국 교회의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한 협상을 잠정 타결짓고 1951년 이후 단절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주교 후보자를 지명하고 교황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종교를 아편이라고 했던 공산당의 나라 중국에서 가톨릭 신자는 8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교를 임명하는 가톨릭교회 교황의 수위권(首位權)은 교황이 예수의 가르침을 지키고 가르치는 베드로의 후계자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직후부터 교황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7명의 주교를 독자적으로 임명했다. 자양(自養), 자전(自傳), 자치(自治), 즉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스스로 복음을 전파하며 교회도 다스린다는 삼자(三自) 원칙이다.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올 3월 개헌 이후 중국 정부의 종교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종교시설의 국기 게양을 의무화하고 인터넷상 종교 전파 행위도 전면 금지에 나섰다. 퓰리처상 수상자로 ‘중국의 영혼들: 마오쩌둥 이후 신앙으로의 회귀’를 출간한 이언 존슨은 “종교가 전임자 시대보다 훨씬 더 회의적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황은 중국과의 합의에 대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했다. ‘물 새는 방주’라는 비판도 있지만 2000년 이상 서구사회를 지배해온 게 바티칸의 정치 노하우다. 주교들의 보호 아래 어쩌면 중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 가톨릭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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