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에서도 제법 쓰이지만 구어에서는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큰사전’, ‘금성국어대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다. ‘소인배’라는 단어가 사전에 항상 등장한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왜 그럴까? 이 ‘대인배’라는 단어 정보는 일반 누리꾼의 참여로 구성한 ‘오픈 사전’에는 등장한다. 검색 결과를 참조해 보자.
● 대인배: 소인배의 반대말로, 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사실 소인배의 정확한 반대말은 ‘군자’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대인배라는 말이 주로 사용된다. 이 ‘대인배’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게 된 계기는 부조리 개그로 유명한 유명 작가 김성모 화백의 만화 속 대사 때문이다. ―하략―
몇 가지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정확히 말하자면 ‘소인배’의 반대말은 ‘군자’가 아니다. ‘소인’의 반대말이 ‘군자’다. 군자는 유교에서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람들이 본보기로 삼는 덕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 논어는 군자의 도와 소인의 도를 대조하면서 군자의 도를 따를 것을 권하는 대표적 고전이다. 이들 단어에 ‘무리’라는 의미를 갖는 ‘배(輩)’를 연결해 보자. ‘소인의 무리’라는 의미를 갖는 ‘소인배’가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임을 이해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맥락을 상정하기는 쉽지 않다. ‘군자의 무리’, ‘유덕한 사람의 무리’라는 말은 참으로 어색하다. ‘군자배(君子輩)(×)’와 같은 구성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소인’의 ‘소(小)’에 대립되는 ‘대(大)’가 사용된 ‘대인’이라는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사실 ‘대인’이라는 말은 ‘대인군자’의 준말로 쓰였다. 이 말의 의미가 ‘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을 뜻한다. 그러니 ‘군자’와 같은 맥락에서 ‘대인(군자)배(×)’가 허용되지 않는다. ‘대인배(×)’라는 단어가 일반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사정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대인배’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는 것은 앞서 오픈 사전에서 말한 것보다는 오래된 일이다. 1980년대 이전에 이 단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모의 학력고사 문제로 등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현재, ‘군자’나 ‘대인군자’와 같은 말은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는 ‘군자’라는 말과 별개로 ‘대인배’라는 용어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에도 ‘배(輩)’에는 ‘무리’라는 의미가 들었다. 그리고 앞서 본 의미에도 ‘복수의 사람’이라는 의미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래 구절들의 의미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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