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어학자가 기념해야 할 경사스러운 날.’ 미국 시카고대 J D 매컬리 교수는 한글날을 이렇게 규정한다. 우리는 무심히 넘기는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정작 세계의 학자들에게는 찬탄의 대상이다. 2010년 일본에서 ‘한글의 탄생’을 펴낸 한국어 연구자 노마 히데키 씨는 “한글은 보편적 객관적으로 뛰어난 문자”라며 “그 자체로 전 인류가 자랑스러워하고 발전시켜야 할 자산”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한글의 가치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리를 내는 발성구조와 글자를 일치시켰다는 점이다. 현대 언어학으로 겨우 분석 가능한 수준의 문자를 14세기에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한글의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을 증명한다. 놀랍게도 19세기에 “한글은 완벽한 문자”라며 그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소개한 외국인이 있었다. 고종의 외국인 자문이었던 호머 헐버트 박사가 1889년 뉴욕트리뷴에 “한글에 필적할 만한 단순성을 가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격찬한 기고문을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이 확인한 것이다.
▷헐버트 박사는 이 글에서 “한글은 완벽한 문자가 갖춰야 하는 조건 이상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선에 철자법은 철저히 발음 중심으로 글자 하나당 발음이 딱 하나씩”이라며 “영미에서 그토록 갈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과제가 이곳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고 썼다. 독립신문의 숨은 산파이면서 조선 독립과 항일운동에 헌신한 푸른 눈의 독립유공자, 헐버트 박사는 한글에 대한 사랑 역시 누구보다 지극했던 것 같다.
▷지금 해외에서는 한글의 조형적 요소에도 새롭게 주목한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상주 곶감’ ‘삼도농협’ 같은 한글이 들어간 보자기를 활용한 아디다스 운동화, 이스트팩 배낭 등을 협업 제품으로 선보였다. 뜻은 몰라도 한글의 디자인적 매력에 반한 것이다. 더불어 새겨야 할 것이 있다. 세종대왕은 여성을 비롯해 모든 백성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한글을 만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 인본주의 정신이야말로 한글에 스며 있는 귀한 가르침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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