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동용]신체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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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취재진이 가득 모인 기자회견장에서 가수 나훈아 씨가 갑자기 탁자에 올라섰다.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린 나 씨는 “5분을 보여 드리겠다. (보여줘서) 아니면 믿으시겠느냐”라고 외쳤다. 일본 야쿠자가 그의 신체 일부를 훼손했다는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반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믿습니다”라는 여성 팬들의 고함에 그는 잠시 좌중을 노려보곤 내려왔다.

▷경찰이 어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압수수색 대상에 신체도 포함되면서 세인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됐다. 사람들은 ‘신체’란 말에서 작가 공지영 씨와 통화하며 “이 지사 신체 특정 부위에는 크고 까만 점이 있다”고 밝힌 배우 김부선 씨를 떠올린 듯하다. 경찰은 어제 압수수색은 이 지사가 친형을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 등에 관한 것이지, 김 씨와의 ‘스캔들’ 의혹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보통 차량, 주거와 함께 신체가 들어간다. 휴대전화가 중요한 압수물인 세상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니 이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특별할 것도 없는데 관심이 엉뚱하게 흘렀다. 몸에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신체검사로 검증에 해당한다. 압수수색 영장이 문서형식상 압수수색검증 영장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검증까지 포함하는지는 내용을 봐야 한다. 신체검사가 영장에 포함된다면 검사할 신체 부위와 검증 방식 등이 기록된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은 선거 후 당사자들끼리 취하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임 100일이 지났는데도 몇 년 전의 일로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지사로서는 답답할 터다. 하지만 더 답답한 쪽은 그가 경기도정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1300만 도민이 아닐까. 이 지사 측은 공인된 의료기관을 통해 검증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가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수사당국도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데 힘써야 한다.

민동용 논설위원 mindy@donga.com
#이재명#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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