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나온 성토다. 국내 폭염일수가 2009년 4.2일에서 올해 8배 가까운 31.5일로 폭증했다. 연평균 최고기온은 같은 기간 33.8도에서 38도로 올랐다. 하지만 폭염대책은 바뀐 게 없다. 기상 당국이 개발하겠다던 중장기 폭염예보 시스템은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2009∼2018년 기상청 연구개발비 9716억 원 중 폭염 연구에 쓰인 예산은 0.5%(53억7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해마다 국감 때마다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언제 더웠느냐’는 듯 폭염은 관심에서 멀어진다.
반면 해외에선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공공의 이슈다. 여기엔 역설적이게도 ‘온난화는 거짓’이란 음모론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 “기후변화가 과장됐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달 초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했고, 추가로 2도 이상 오르면 이상기후가 급증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 직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예 “지구 온난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온난화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의 유명한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어와 덴마크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도는 각종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는 주기적으로 추운 빙하기와 따듯한 간빙기를 반복할 뿐 인간이 석탄 등 화석에너지를 많이 사용해 더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온난화 주장은 에너지 기업에 세금을 더 뜯어내려는 정치적 선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거짓’이란 논문은 지구 온난화 관련 연구의 3%가 채 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지구 공전궤도가 변하면서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달라져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건 과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구가 점차 추워지는 빙하기로 향해 가는 시기다. 지구 평균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거꾸로 급격히 오르는 현 상황을 지구 온난화 회의론자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14.7도로 기상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2016년은 14.8도로 가장 높았다. 올해 역시 역대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 역시 2016년 403.3ppm으로 지난 80만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IPCC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기후보고서는 40개국 100여 명의 석학이 6000개 이상의 최신 기후변화 연구를 종합한 뒤 10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재검토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음모론’이 부럽다. 매년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폭염, 나아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잊어버리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기후변화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키우는 음모론이라도 활개 쳤으면 좋겠다. 더 좋은 해법을 찾으려면 치열한 논쟁은 필수다. 찜통더위에 냄비처럼 끓어올랐다가 어느새 관심을 끄는 ‘온난화 건망증’을 반복하기에는 이상기후 폐해가 너무 크다.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올여름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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