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대상 140개 국가 가운데 15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상승 폭이 크다. WEF가 올해부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 등 경제환경 변화를 감안해 평가 방식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새 방식을 적용해 평가한 한국의 지난해 국가경쟁력은 17위다.
새로운 경제 환경을 기준으로 평가한 국가경쟁력이 세계 15위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보급과 전력 보급률, 온라인 행정서비스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WEF는 높은 특허출원 수, 연구개발(R&D) 지출 비율 등을 바탕으로 한국을 주요 혁신거점으로 평가했다. 재정투명성 등 거시경제 안정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적 토대는 나름대로 튼튼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체 순위와는 심각한 격차를 드러낸 부문별 평가에선 큰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매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고 있는 노동시장 부문의 취약성은 올해도 그대로다. 노사협력(124위), 정리해고 비용(114위) 등에서 세계 최하위권의 평가를 받았다.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부진하다는 지적은 올해도 이어졌다. 이번 평가에서 1, 2위에 오른 미국과 싱가포르가 노동부문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국가경쟁력에서 노동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경쟁력 수준이 바닥인 이유는 민주노총을 위시한 강성 노조 탓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체근로가 금지된 탓에 노조가 파업을 하면 기업은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촛불’을 제 몫인 양 목소리를 높이는 노조에 굴복해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 양대(兩大) 노동지침까지 폐기해 고용 경직성을 더 높였다.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해도 기업은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사회적 대타협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그 사회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은 기득권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 여권이 정말 사회적 대타협의 의지가 있다면 이미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 된 ‘귀족노조’부터 설득해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노동개혁 없이 제대로 된 국가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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