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단 시절, 베를린의 연합군 점령구역에서 소련 점령구역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던 검문소 중 하나가 찰리검문소다. 찰리검문소는 알파검문소나 브라보검문소와 달리 외국인과 외교관에게 열린 유일한 통로여서 국제적으로 유명했다. 찰리검문소에는 달랑 부스 하나가 놓여있었지만 동독 쪽으로는 통행 차단 막대와 지그재그로 놓인 콘크리트 장벽, 감시탑 주변에 차량과 승객을 수색하는 넓은 구역이 있어 동서의 모습이 크게 달랐다.
▷남북한 사이에는 휴전선에서 각각 2km의 땅이 비무장지대(DMZ)로 설정돼 있다. DMZ 내에 남북한 군인이 대면해 경계를 서는 유일한 곳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으로 분장한 송강호가 한국군으로 분장한 이병헌에게 “(군사분계선 너머로) 구림자 넘어왔어, 조심하라우”라고 말하는 것으로 설정할 만큼 가까이 마주보고 있다. 과거 찰리검문소처럼 분단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JSA는 휴전협상 장소로 만들어졌다. 협상 당사자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이었기 때문에 경비도 유엔사와 북한군이 맡았다. 그러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 군사분계선을 표시하는 높이 5cm, 너비 50cm의 콘크리트 경계선이 생기면서 남측의 실제 경비는 한국군이 맡고 지휘만 유엔사가 하게 됐다. 정전협정 위반 사안이 발생하면 북한군과 유엔사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마주 앉는다. 북한군은 1991년 유엔사가 한국군 장성을 유엔사 정전위 수석대표로 임명하자 참석을 거부하는 등 한국군 북한군 유엔사 3자가 참여하는 협의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17일 JSA에서 한국군 북한군 유엔사 장교들이 테이블을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하고 둘러앉아 JSA 비무장화를 논의했다. 3자 협의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JSA에서 초소가 철수되고 형식적인 군사분계선마저 철거되면 JSA 내에서는 남북으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으로 바뀔 수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