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o di Papa Francisco(프란치스코 교황의 선물)’이라고 적힌 하얀 상자 안에 올리브 가지를 본뜬 작품이 담겼다. 18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로마 예술가가 평화의 염원을 담았다”며 선물했다. 올리브 가지는 화해, 평화의 상징이다. 구약성서에서 방주를 타고 표류하던 노아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온 비둘기를 보고 육지가 가까웠음을 알게 된다. 인간을 벌한 하느님이 내민 화해의 메시지가 올리브 가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줄곧 분쟁지역을 누비며 평화를 설파했다. 2014년 5월 중동 방문 때는 전례를 깨고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먼저 찾았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분리장벽’에선 이마를 대고 침묵의 기도를 올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로했다. 같은 해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초대해 바티칸 교황청에서 합동기도회를 열었다. 그리고 셋이서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
▷한반도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199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좌주교 시절부터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신부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알게 됐다. 그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신부가 첫 한국인 이민자 출신 주교인 문한림 주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직후인 부활대축일 미사 메시지에서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했다.
▷북핵을 여전히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에게 올리브 가지의 은유는 가볍지 않다. 1월 북한 김정은이 ‘핵단추’ 운운하며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했을 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진짜 올리브 가지인지 잘 모르겠다”고 경계했다. 작년 6월 북한 노동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여’를 강조한 발언에 대해 “미국이 외교적 해결이라는 감람(올리브)나무 가지를 내흔드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불신이 쌓인 북한 문제에도 교황의 올리브 가지가 화해의 기운을 불러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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