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남용 특별재판부 추진, 위헌 소지 꼼꼼히 따져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0시 00분


어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골자는 대한변호사협회, 법관대표회의, 전문가 3명씩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법관 3명을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해 영장 심사와 1, 2심 재판을 맡는다는 것이다. 여야 4당은 이 법안 등을 기초로 특별재판부 구성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90%나 되는 등 사법부의 제 식구 봐주기는 특별재판부 추진의 빌미를 제공했다. 더욱이 재판을 담당할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부 7곳 중 5곳의 재판장이 조사 대상이거나 피해자여서 공정한 사건 배당이 이뤄지기 힘든 상태다. 검찰 기소 후 진행될 재판의 공정성이 신뢰를 받지 못하면 ‘사법 불신’ 사태를 매듭짓기는커녕 불신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별재판부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이다.

그러나 위헌 논란이 문제다. 과거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나 5·16군사정변 후 혁명재판소는 특별법원 성격의 기구를 창설해 운영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여야 4당은 대법원장이 법관의 임명권을 갖고 재판부도 법원 내부에 둬 위헌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만으로도 3권 분립을 해치는 사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특정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맡기는 것 자체가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를 무작위로 배당하는 게 법원의 원칙이다. 현행 제도로도 법관이 특정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되거나 친·인척 등 피고인과 특수 관계일 경우 제척(除斥)해 법원 내부에서 걸러낼 수 있다. 최종심인 대법원을 빼고 1, 2심만 특별재판부에 맡기는 것은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려는 고육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여야 4당의 재판부 구성 방식에 대한 이견도 커 실제 입법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진통 끝에 특별재판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설치되면 사법사상 첫 사례가 된다. 한번 선례가 만들어지면 특별재판부 도입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져 특별검사처럼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도 있다. 국회는 사법부 독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까지 면밀히 따져 누가 봐도 동의할 만한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특별재판부#재판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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