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 고립됐던 한국 관광객 1800여 명의 고단한 귀국 장면을 보면서 제26호 태풍 위투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한 사이판 주민은 이번 태풍을 “It was like a freight train and a 747 were racing, and you’re right in between them”이라고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화물열차, 다른 한쪽에서는 747보잉기가 서로 마주 보고 맹렬히 달리고 있고, 당신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운명이었다고요. 영어에는 폭설, 폭우, 태풍 등에 대한 재미있는 표현이 많습니다.
△“Now they’re actually putting boots on the ground.”
태풍이 ‘상륙한다’고 할 때 대개 ‘land’라는 단어를 씁니다. ‘The Hurricane Florence landed in North Carolina.’ 이달 초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노스캐롤라이나에 상륙했을 때의 표현입니다. 사이판 태풍 사태 때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put boots on the ground’라고 했습니다. “태풍이 지금 부츠를 땅에 내려놓고 있다”, 즉 “태풍이 상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군대에서 ‘지상군’을 말할 때 ‘boots on the ground’라고 합니다.
△“Our critical infrastructure has been compromised.”
사이판과 함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인근 티니언섬 시장이 피해 상황에 대해 한 말입니다. ‘Compromise’는 ‘타협하다’라는 뜻이죠. “우리 핵심 인프라가 타협됐다”는 뭔가 어색합니다. ‘Compromise’는 기계, 시스템, 인프라 등의 단어와 함께 쓰일 때는 ‘작동하지 않다’ ‘먹통이 되다’라는 뜻이 됩니다. “우리 핵심 인프라는 지금 작동하지 않는다.” 즉 “고장이 났다”는 뜻입니다.
△Typhoon Yutu Strikes Guam with a Category 5 Beast.
사이판 태풍 기사를 읽다 보면 ‘beast’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엄청난 위력으로 사이판을 초토화시킨 태풍을 인간을 해치는 맹수, 야수에 비유한 것입니다. ‘The Beast Mangled Saipan’이라는 제목도 있습니다. ‘야수가 사이판을 물어뜯었다, 짓이겨 놓았다’는 뜻입니다. 폭설, 폭우, 폭염, 한파 등 인간을 괴롭히는 기상이변이 많은데 유독 태풍에만 ‘beast’라는 표현이 따라다닙니다. 가장 맹렬하게 공격해서 그럴까요, 참혹한 피해 현장을 남겨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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