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75〉시큰한 발목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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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시큰한 냄새가 난다.(x)

사랑을 하게 되면 별게 다 좋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의 운동 후의 땀 냄새조차 향기롭다 한다. 그럴 때 이런 문장을 쓸 수도 있다.

● 시큰한 땀 냄새조차 향기롭게 느껴진다.(x)

자주 틀리는 문장 중 하나다. ‘시큰하다’는 냄새와 어울릴 수 없는 말이다. ‘시큰하다’의 올바른 예를 보자.

● 다친 발목이 아직도 시큰하다.(○)
● 팔목이 시큰하도록 키보드를 쳤다.(○)


이 문장들에 나타난 것처럼 ‘시큰하다’는 특정 부위의 통증과 관련된 말이다. 주로 어딘가를 삐었을 때나 무리를 했을 때 거북하거나 저릴 때 쓰는 말이다. 실제로 냄새와 어울릴 수 있는 단어는 ‘시큼하다’다. 이 단어는 ‘신 냄새’나 ‘신맛’을 표현할 때 쓴다.

● 감자를 먹을 때조차 시큼한 김치가 있어야 한다.(○)
● 어디선가 시큼한 냄새가 난다.(○)


단어의 모양이 비슷하기에 ‘시큼하다’와 ‘시큰하다’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둘을 함께 기억해 놓으면 혼동을 줄일 수 있다. 함께 어울리는 말을 묶어서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단어는 언제나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된 것들과 함께 생각하여야 올바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아래 문장은 올바른 예들일까?

● 콧날이 시큰하다.
● 콧등이 시큰하다.
● 코끝이 시큰하다.


‘코’와 관련된 단어와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혼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장들 안의 ‘시큰하다’는 역시 냄새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가슴이 뻐근한 감동을 표현할 때 쓰는 말로 ‘가슴이 찡하다’ ‘코끝이 찡하다’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쓸 수도 있다. ‘찡하다’라는 단어는 요사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하지만 엄연히 사전에 나오는 멋진 우리말이다. 많이 활용해야 단어가 사라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과감히 사용해 보자. 그래야 조금이라도 고유어의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시큰하다’와 ‘시큼하다’와 비슷한 관계에 있는 또 다른 단어를 보자.

● 어디선가 눅눅한 냄새가 난다.(x)

이는 틀린 문장이다. 틀린 이유를 알려면 ‘눅눅하다’라는 단어를 어떨 때 사용했는지를 기억해 보는 것이 좋다. 단어의 느낌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제로 쓰는 문장을 떠올리는 것이 유용하니까.

● 장마철이라 날씨가 눅눅하다.
● 세탁기에서 막 꺼낸 눅눅한 옷을 걸쳤다.
● 어디선가 눅눅한 바람이 불어온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이 문장들에서 보이듯 ‘눅눅하다’는 ‘물기가 많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을 ‘습기 때문에 생기는 냄새’를 표현할 때 사용한 것이 ‘눅눅한 냄새’다. 아직은 잘못 쓰인 예다. 이 단어 역시 ‘시큰하다’ ‘시큼하다’의 관계와 함께 기억해 두자.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시큰하다#시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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