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벤처기업이 572곳으로 집계됐다. 2016년보다 59곳이 늘어난 것으로 증가폭이 6년 만에 최대라고 한다. 이른바 이들 ‘벤처천억기업’이 지난해 올린 총매출은 130조 원으로 국내 대기업으로 치면 삼성 현대차 SK그룹에 이은 재계 4위 수준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나온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들 기업의 성과는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의 영향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로 이들 대기업에 장비와 소재를 공급한 벤처기업의 실적도 함께 좋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들뿐 아니라 게임·소프트웨어 업체와 온·오프라인연계(O2O)기업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이 넘었다. 조선, 자동차와 같은 주력 산업의 침체 속에서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판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일자리 문제 역시 약 21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벤처천억기업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신규 천억기업의 종사자 증가율은 전년 대비 26.4%에 달해 벤처천억기업의 전체 평균(4.1%)보다 훨씬 높다. 기존 벤처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도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올해 벤처 투자금액은 3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창업 단계를 벗어난 일정 수준 이상의 벤처들은 여전히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민간의 활발한 투자를 유도해 이들 벤처기업에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일자리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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